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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닮은꼴 음식: 한중일 라면 삼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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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닮은꼴 음식: 한중일 라면 삼국시대

라면은 아시아에서 세계로 뻗어나간 음식입니다. 물론 세상 모든 나라가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고유의 면 요리를 즐겨왔겠지만, 라면은 아시아의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중일 삼국은 라면의 왕좌를 두고 치열히 다툴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만든 중국은 ‘기원’으로 라면을 논할 것이고, 가장 널리 퍼뜨린 일본은 ‘대중화’로 대응할 겁니다. 물론 가장 많이 먹는 한국은 ‘1인당 소비량’으로 경쟁할 수 있죠. 이를 놓고 보면 세 나라 모두 라면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라면은 일본의 라멘에서, 일본의 라멘은 중국의 라미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기름에 튀긴 면에 스프가 첨가되는 인스턴트 라면을 라면으로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라면의 원조는 명백히 일본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보통 라멘이라고 하면 식당에서 먹는 국수처럼 생면이 들어간 요리를 떠올리지, 슈퍼마켓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리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이 라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일부 식당에서 파는 라면은 일본의 라멘을 모사한 것이지 한국식 요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에 여행 온 일본사람들이 식당에서 라면을 주문하고는 꽤나 놀란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한국 식당에서는 라면을 만들어주지 않고, 인스턴트 라면을 사뒀다가 그대로 끓여서 판다며 충격에 가까운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건데요. 라면에도 명인, 장인이 있는 일본과 뜨거운 물을 부어 봉지째로 먹기도 하는 한국의 간극은 매우 큽니다. 그렇지만 일본인들의 당혹감은 상상력을 동원해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여행 중 짜장면이 먹고 싶어 식당에 들어갔는데 막상 그릇에 담겨 나오는 건이 짜장라면이라면 사실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세계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중국은 소고기 국물을 선호하며 최근 라면의 고급화가 진행되어 프리미엄 제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채소라면, 샐러드라면이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된장라면, 간장라면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은 보다 자극적인 맛을 가진 라면들이 쏟아지며 싸움터는 편의점으로 옮겨졌지요. 한편 북녘 이웃들도 꼬부랑국수(라면)를 즐겨먹는데, 한국과는 달리 심심하고 고소한 맛이 대중적이며, 명절 선물로도 인기가 대단하다고 전해집니다. 북한의 라면도 평양 냉면처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일지 언젠가 한 번쯤 먹어보고 싶네요.


글 김다니엘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