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한국 판소리 알리는 김경아 명창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6세에 판소리 공부를 시작해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소리꾼 성우향 선생님께 춘향가와 심청가를, 남해성 선생님께 수궁가를 사사했습니다. 또 김수연 선생님에게는 흥보가를 사사했지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지정됐으며, 현재 한국판소리보존회 인천지회 지회장으로 사단법인 우리소리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명창님이 펴낸 판소리 창본 겸 해설서인 ‘강산제 심청가’의 프랑스어 번역본이 5월 출간됐습니다. 강산제 심청가는 어떤 책인가요?
성우향 선생님께 전수받은 심청가 사설(판소리를 글로 엮어 가사로서 표현한 것)에 각주를 달아 어려운 대목의 이해를 돕고, 소리를 배우는 분들을 위해 소리의 마디를 표시했습니다. 또 판소리 사설에 차용된 한시와 고사성어를 별도로 정리해 설명하는 주석을 실었습니다. 판소리 사설을 깊이 있게 즐기도록 돕는 책입니다.
3. 프랑스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또 한국의 판소리를 알리기 위해 공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7일은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상 걸작으로 등재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를 기념해 11월 4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어판 ‘강산제 심청가’ 출판 기념회와 함께 심청가 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4. 프랑스어 번역본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강산제 심청가’는 2019년에 쓴 책인데, 2021년 12월 프랑스어 번역판에 대한 출판 제안을 받았습니다. 판소리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에 의해 완성된 집단 창작물입니다. 이번 번역 작업 역시 프랑스 이마고 출판사와 ‘우리소리’ 학당의 많은 분들이 직간접으로 도움을 주신 집단적 노작(애쓰고 노력해서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강산제 심청가’는 판소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주로 보실 텐데요. 프랑스에도 한국의 판소리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있나요?
이 책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유미 씨는 프랑스에서 주기적으로 한국 판소리 공연을 개최하는 단체인 ‘파리 한국소리 페스티벌’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 작품과 고전소설 등이 꾸준히 출판됐습니다. 또 판소리 공연애서 관객이 열광적 반응을 보이는 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한국의 판소리를 공부하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국에 있는 한 제자는 실시간 화상으로 저에게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판소리는 더욱 세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강산제 심청가’ 번역 출판이 그 성과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한국 판소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판소리는 아직도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집단 창작물입니다. 또 집단의 행동 양식인 문화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위대한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작업으로 일시에 완성되는 예술 작품의 일반적 속성과는 다른 부분이죠. 판소리는 수백 년간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조금씩 살이 붙고 성장하며 아직도 창작이 종결되지 않은 열린 창작, 더늠(명창이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다듬어 부르는 한 대목)의 예술입니다. 여기에 관객의 추임새가 더해져 공연 무대가 완성되기 때문에 제4의 벽(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해체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내게 된 심청가 창본(唱本, 판소리 사설을 기록한 문서) 역시 이전 명창들의 소리를 이어받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판소리 더늠의 하나라고 봐야 합니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더늠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입니다.
7.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1세기 국악 한류의 흐름 속에서 판소리의 세계화와 대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22년 사단법인 세계판소리협회가 창립됐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통시적 문화 공감의 대표 장르인 판소리가 공시적 공감, 즉 전 세계적 공감에도 크게 기여하는 문화예술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번 출간을 계기로 판소리 문화의 세계화에 작은 보탬이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 소망이 있다면 외국인이 자주 찾는 인천에 작은 언플러그드(unplugged) 극장을 만들어 수시로 공연을 여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많은 후학을 배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경아 명창의 공연 모습
강산제 심청가
강산제 심청가 프랑스어 번역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