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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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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강아지와 함께 사는 일상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려던 1년 전 이맘때 제주본부 발령을 받아 제주에 입도했다. 아직 채 한 살이 되지 않은 나의 반려견 율무와 함께.

반려견과 함께 사는 직장인의 싱글라이프는 생각보다 단조롭고 꽤나 규칙적이다. 그 직장이 환상의 섬 제주도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집 앞 산책길이 아파트단지나 도심 공원이 아닌 올레길이나 관광단지라는 정도가 다르다면 다를까. 퇴근 후 집에 오면 온종일 혼자 놀았을 율무와 짧지만 요란한 상봉식을 하고 바로 산책에 나선다. 제주의 밤길은 육지에 비해 훨씬 어둡기 때문에 조금도 지체해선 안 된다. 산책에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고 넷플릭스를 뒤적이고 일기를 쓰는 중간중간 율무와 공놀이도 하다 보면 금세 자정이 된다. 그렇게 평일의 일상이 흘러간다.

주말에라도 로컬의 이점을 누리고 싶어 새로운 장소를 찾아보곤 하는데, 제주에 와서 놀란 점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식당이나 카페는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반면, 의외로 반려견 동반이 불가한 자연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각종 도립공원과 산림휴양림 등 도에서 관리하는 장소는 모두 반려동물 동반이 불가하다. 사려니숲길과 삼다수숲길도 마찬가지. 종종 오름 입구에서도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을 마주하기도 한다. 따라서 율무와 함께 가고 싶은 장소가 있으면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꼼꼼히 검색해보는 과정이 필수다. 제주에 살면 매주 대자연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상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반려견과 함께 제주를 즐기는 가장 무난한 방법은 올레길이다. 특별히 동물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오름처럼 경사나 계단이 많지도 않아 소형견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그늘이 없는 구간이 많아 한여름이나 한낮은 피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율무와 함께 카페에 가는 것도 좋았는데, 머무는 동안 율무는 하네스를 벗을 수 없고 주로 내 무릎 위에 앉아있어야 해서 율무 입장에서는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더 답답할 수 있겠다 싶어 그마저도 횟수를 많이 줄였다.

나는 제주에 사는 것도 처음이고,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도 처음이라 서툴고 모르는 것도 많았다. 이제는 제주와도 율무와도 사계절을 모두 보내보았으니 조금은 익숙해진 기분이다. 가을 제주가 그렇게 예쁘다는데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버린 지난가을과 달리 다가오는 가을에는 율무와 함께 억새도 보러 가고 청명한 하늘 아래 산책도 많이 해야겠다. 여름은 아직 한창인데 벌써 가을이 기다려진다.


글 임지은(IM Jieun) 경영관리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