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세계]
아파트 숲 사이에서 만나는 리틀 도쿄
지하철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높은 아파트가 즐비합니다. 한적한 여느 동네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촌동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간간히 일본어로 된 간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이 어울려 사는 이 거리에는 지금도 여전히 일본어로 된 우동집이나 횟집 간판, 일본 식재료 마트, 일본 빵집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부이촌동은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서 ‘서울의 리틀 도쿄’로 불렸습니다. 이곳에 일본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대한해협을 건너온 일본인들이 하나둘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이후 1970년도에 이촌동 일대에 한강 외국인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이 서울 외국인 인구의 17%를 차지했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일본대사관과 무역상사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각계각층의 주재원들이 많은 가구를 이뤄 살고 있습니다.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중년층이 대부분이라 어린 아이를 둔 부부들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요. 최근에는 아이들 통학을 위해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일본인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만간 상암동과 마포역이 포함된 마포구에서 제2의 리틀 도쿄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글 오인숙
그림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