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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태국 록그룹의 콘서트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시내에서 열리는 날이다. 태국 연예인들이 방문하면 수도에 하나뿐인 ‘왓따이 공항’은 여지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다. 멤버들이 공항에 도착하고 멀리 모습을 보일 때부터 옆 사람과의 대화는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입국장에 록그룹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방금 전까지 수줍어하던 라오스 소녀들은 온데간데없다. “꺅” 소리를 내며 공항부터 이동하는 동선은 소년, 소녀들로 가득 찬다. 행사마다 만원이다.
실로 라오스 대중문화는 이웃 나라 태국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라오스 TV 방송은 태국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채워진다. 두 나라는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역사에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을뿐더러 언어 또한 유사하다. 어릴 때부터 태국 TV와 문화를 접하며 자란 라오스 젊은이들은 태국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태국 문화의 일부로 여기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다. 라오스 대중문화의 색깔이 옅어지고 서서히 잠식되는 사태는 안타깝지만,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국경을 맞댄 두 나라가 공존하는 법인지도 모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최근 한국문화 콘텐츠의 성장은 눈에 띈다. 점심시간이 되면 태국어가 지원되는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이태원 클라쓰’를 일제히 보고 있는 광경은 실로 놀랍다. 국경을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대중문화의 글로벌화는 라오스도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이다.
라오스의 대중문화를 말할 땐 ‘노래’도 빼놓을 수 없다. 해 질 녘 라오스 주택가를 한가하게 거닐면 역경 앞에 인류를 버티게 한 건 다름 아닌 ‘노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를 지나더라도 흘러나오는 앰프 노랫가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이 나라 민중의 문화적 자신감이 서식한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를 내놔도 흥에 있어서 지는 법이 없지만, 라오스의 멋들어진 노랫가락과 흥에 겨운 춤사위는 한국의 그것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TV는 없어도 가정마다 앰프와 마이크는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한바탕 놀 준비가 되어 있는 라오스 사람들의 잠재된 ‘흥’에 혀를 내두른다. 라오스의 ‘노래자랑’ 문화가 언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한국의 ‘노래방’ 문화만큼 대중적이다. 아니, 굳이 노래방에 가지 않고도 길거리 또는 집 앞마당에서 즉흥 노래방을 연출해내는 이곳 사람들이 한 수 위다. 누군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육성 샤우팅이 가능한 민주적 ‘노래자랑’은 이 나라 대중문화의 자랑이다. 누구나 1분만 배워도 출 수 있는 ‘람봉춤’을 곁들이면 세상 살 만한 곳이 되는 것이다. 물론 육성으로 노래하는 무반주 노래 덕에 ‘음 이탈’이 빈번하지만, 그로 인해 한바탕 웃음바다가 펼쳐진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지만, 라오스의 노래는 살아있다.
라오스는 국토의 80%가 산림지대여서 지역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한때 전국을 누비던 우체부도 사라진 나라다. 대중문화의 급속한 전파가 어려워 지역 고유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는 지구촌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요즈음엔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지만, 상업성의 지배에 홀연히 맞선 대중문화의 형태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라오스는 모두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유사한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어쩌면 라오스는 자유로운 문화의 욕망으로 가득하고 지역마다 다양한 색깔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인간문화재’가 아닐까···.
※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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