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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전통공예, 바틱

칼럼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전통공예, 바틱
글_ 정민영(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선임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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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팅으로 옷감에 무늬를 그리는 모습



올해는 한-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현대자동차에서 ‘바틱’ 문양을 넣은 한정판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또한 국내 한복 디자이너와 인도네시아 바틱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한복 원단으로 만든 바틱이 소개되는 등 양국 간 협력에 바틱이 종종 활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수공예 기술인 ‘바틱(Batik)’은 옷감에 밀랍을 발라 염색하여 무늬를 만드는 염색 기술이다. 바틱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이집트문명 유적과 중국 당 왕조 시대의 장식 조각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바틱이라는 말은 원래 자바어로 ‘점이나 얼룩이 있는 천’이라는 뜻의 ‘암바틱(ambatik)’에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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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의 바틱 기술을 활용해 섬세한 무늬를 그리는 기술전문학교 학생

바틱의 무늬는 매우 다양한데 각각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인간의 생애주기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가령 산모가 임신 7개월까지 사용하는 문양, 출산 후 아기 포대기에 사용하는 문양 등이 따로 있다. 결혼식에서 사용하는 문양은 시도묵티(sidomukti)인데, 시도(sido)는 ‘언제나’, 묵티(mukti)는 ‘행복과 번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혼식에서 양가 부모들이 입는 트룬툼(truntum) 문양은 ‘물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람이 죽었을 때는 망자의 영혼이 사후세계로 순조롭게 넘어가게 해달라는 의미로 슬로복(slobog) 문양을 사용한다.

바틱은 대부분 가정 내에서 전승되어 왔으나 젊은 세대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면서 가정에서 바틱을 배울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었는데, 프칼롱안(Pekalongan)시 바틱박물관의 노력으로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바틱이 포함됐다. 이는 바틱이 인도네시아에서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젊은 세대들이 바틱 공예의 지식과 기술을 새롭게 이해하고, 바틱 산업에도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례는 2009년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유산 보호 모범사례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바틱을 활용한 주민들의 소득 증진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관광과 연계한 바틱 체험이다. 3백 년 이상의 바틱 역사를 가진 기릴로요(Giriloyo) 지역에서는 바틱을 테마로 한 체험관광 상품이 만들어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바틱을 활용해 현대적인 의상 제작을 하고 패션쇼에 출품하는 등 전통 바틱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다양한 활동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문화도시 족자카르타(Yokyakarta)에서 열리는 국제바틱비엔날레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바틱을 활용한 개성 있는 의상을 선보이며 바틱의 유행을 선도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바틱을 활용한 창조적인 작품을 국내외에서 더욱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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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쇼에서 선보여지는 다양한 무늬의 바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