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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UTUMN

생활

사진 에세이 추석 귀성 행렬

“추석 ‘황금 연휴’를 맞아 귀성 행렬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 목격되는 정체는 자정을 넘겨 내일 오전 1시 전후로 해소될 전망입니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교통 방송은 이런 뉴스를 전한다. 오늘날 한국인의 시간은 태양력에 기준한다. 그러나 유독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과 8월 보름 추석, 두 가지의 전통 명절만은 예외로 남아 여전히 고향을 찾아가는 인파로 ‘민족 대이동’의 장관을 연출한다. 올해 추석은 양력 9월 24일이지만, 연휴는 대체 공휴일을 더하여 무려 5일간 계속된다. 땀 흘려 농사 지은 곡식과 과일을 거두어 풍요를 함께 즐기는 동시에 산 부모와 죽은 조상들에게 감사드리는 축제가 추석이다. ‘돌아가 살핀다’는 의미의 귀성은 객지에 사는 자녀가 부모가 사는 고향을 찾는 것, 즉 지연과 혈연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유대감과 그리움의 표현이며 실천이다.
명절의 귀성 행렬이 사회적 현상으로 등장한 것은 대체로 1945년 해방 이후부터다. 이 시기에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학교로 진학한 지방과 농촌의 청소년들이 명절이나 방학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 귀성’이 주를 이루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 인구 집중이 진행되자 대도시로 이주한 일반 근로자들이 귀성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이 시기에는 기차가 귀성을 위한 유일한 교통 수단이어서 서울역 광장은 열차표 예매를 위한 인파로 출렁였다. 객차에는 정원의 3배가 넘는 승객이 탑승하여 피난 열차를 방불케 했다.
1970년대에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철도에 더하여 고속도로, 고속버스가 귀성 수단이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극단적 고속도로 정체가 나타난 것은 개인용 자동차가 널리 보급된 1990년대 이후다. 마침내 이 하향의 귀성 전쟁을 피하여 고향에 사는 늙은 부모가 서울에 사는 자식들 집으로 올라가는 ‘역 귀성’도 새로운 유행으로 등장했고, 젊은이들은 아예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나마 고향과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 기쁨과 위안을 찾으려는 한국인 특유의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귀성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김화영(Kim Hwa-young 金華榮)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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