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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UMMER

생활

책+

직조된 시간 속 삶을 천착하는 단편들

은희경,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번역 김 앰버(Kim Amber), 178쪽, 16달러, 뉴욕 화이트파인 프레스(White Pine Press), 2017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1999년에 한국어로 발표된 은희경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일곱 단편 속 다양한 인물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겪는 삶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전체 서사를 직조하는 공통된 가닥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두 개의 가닥은 단편집에 세 번째로 실린 표제작에 언급되어 있다. 바로 시간과 행복이 그것이다.
시간은 스펙트럼처럼 과거에서 출발해 현재를 통과해 알 수 없는 미래로 달려간다. 소설의 이야기는 인물들의 현재 삶을 들여다보게 하지만 많은 부분이 과거와 미래에 할애되어 있다. 물론 이런 것이 픽션에서 예외적인 건 아니지만 은희경 작가는 이 같은 시간의 이동을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알고 이해하는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또한 그 같은 인식론적 방법에 내재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만 과거를 알 수 있지만 기억은 종종 온전하지 않다. 표제작에서 주인공 젊은 여자는 앨범 사진을 수도 없이 바라보며 과거를 추정하고자 한다. 그녀의 애인은 - 그 역시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 과거를 포착하려는 이 같은 충동을 어이없어 한다. “과거를 뭐하러 찍어두었을까, 알리바이도 아니고”라고 그는 말한다. 「서정시대」에서 한 성공한 작가는 마지막에 자신의 기억을 섞어버리면 다른 이야기를 쓰는 게 되어버림을 깨닫는다. 기억은 「지구 반대쪽」에서도 중심 주제가 되는데 여기서 기억은 주머니칼로 잘라 내거나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짐처럼 거의 사물처럼 그려진다. 「여름은 길지 않다」에 나오는 젊은이 한 명은 자신의 건망증을 생존에 필요한 직감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양쪽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에 대해 더 잘 모른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희망과 꿈일 뿐이다. 「멍」에서 중심이 되는 비극에 대해 말하면서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들 사는 게 그래. 꿈도 사라지고 떠나온 길은 멀고, 다 그런 거지.”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인 「인 마이 라이프」는 꿈에 대해 할 말이 더 많다. “꿈이 있는 사람은 뭐랄까,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뭔지 몰라도 그 사람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꿈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이다. 꿈은 의미를 갖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는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꿈은 불가피하게 실망과 슬픔으로 끝나고 여기에서 우리는 그 서사적 직조물을 구성하는 또 다른 가닥을 볼 수 있다. ‘인 마이 라이프’라 불리는 바의 주인은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은 없으며 사람들이 슬플 때에만 흥미롭고 이야기의 인물이 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표제작의 젊은 여자는 애인의 자살로 고뇌하면서 미래에서 좌절만을 본다.
「여름은 길지 않다」에는 작가가 약간 거리를 두고,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 단편집에 만연하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강력한 구절이 있다. 젊은 남성 화자는 자신의 두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읽어온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몽환적 언어의 세계”에 대해 쓰는 남자들과 달리 여성들은 “황폐한 삶을 파고드는 섬뜩한 기록”을 하고, “신랄하고 가차 없고”, “격렬한 고통과 처절한 아픔과 몸부림”을 드러낸다. 물론 우리는 이 평가를 감안해서 받아들여야 할 테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있게 읽으면 우리는 인물들이 살아나게 만드는 건 슬픔이란 걸 알 수 있다. 결국 그들의 슬픔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게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풍성해진 근대 이전 한국 문학 세계

『근대 이전 한국 산문 모음집』

마이클 J 페티드, 그레고르 N 에본, 찬 E 박 편집, 320쪽, 35달러, 뉴욕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

『근대 이전 한국 산문 모음집』은 고려 시대(918-1392) 이전부터 조선시대 후기(1392-1910)까지 쓰인 다양한 작품을 모았다.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제외할 것인지 씨름하면서 편집자들은 선집을 만드는 어려움을 인정해야 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된 기존의 선집들을 살펴본 후에 선집에서 거의 주의를 끌지 못했던 장르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모든 계층의 한국인들이 쓰고 읽었던 것에 대한 좀 더 풍성하고 정확한 그림을 제공하게 되었다.
한국 산문 문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선집은 먼저 몇 편의 초기 산문 형태를 선보인다. 다른 형태로는 돈이나 엿기름처럼 인간이 아닌 것을 의인화하여 인간 삶의 안건을 다루는 가전체 소설이나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논평이 포함되었다. 또한 공식적 문서나 기록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짧은 이야기를 담은 야사, 자서전, 사회 논평과 철학이 담긴 유머도 포함되어 있다.
선집 마지막에는 구비문학 분야에서 판소리 작품을 발췌해 실었다. 실제로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은 서로 다르게 취급되어 왔는데, 사실 둘은 훨씬 더 밀접하게 엮여 있다. 발췌문은 이러한 틈새를 잇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판소리 가수인 찬 E. 박이 직접 번역한 글은 독자에게 구두 공연에서의 특징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한다. 전체적으로 이 선집은 영어권에서 부족한 근대 이전 한국 문학 부분을 채우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조선 의례 기록의 디지털 아카이브

외규장각 의궤

www.museum.go.kr/uigwe;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만든 외규장각 의궤 웹사이트는 의궤를 디지털화하여 조선왕조시대의 국가적 행사와 의례를 기록하고 이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림으로 보여준다. 역사를 기록할 뿐 아니라 미래 행사의 매뉴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외규장각은 왕조의 도서관인 규장각의 가장 중요한 문서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782년 강화도에 세워졌다. 하지만 프랑스가 자국의 가톨릭 신부들이 처형된 것에 보복하기 위해 1866년 조선을 침입했을 때 이 ‘외부’ 궁정도서관을 약탈하였고 300여 점의 의궤를 프랑스로 가져갔다. 1990년대 초반에 약탈된 의궤의 반환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지만 2011년이 되어서야 의궤가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 웹사이트는 송환된 297점의 왕정 도서 모두를 담고 있다. 조선왕조의 모든 공적 문서가 한자로 쓰여 있어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반차도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차도는 궁중 예식의 긴 행렬을 그린 그림을 모아놓은 것으로 각각 영어로 설명이 달렸다. 마지막으로, ‘3D 궁중행렬’은 영어로 번역은 되지 않았지만 1688년 장렬왕후의 장례식 행렬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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