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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UMMER

LIFE

사진 에세이 동대문 DDP, 밤낮 없는 라이프 스타일 실험장

서울의 구시가는 600년 역사를 간직한 조선왕조의 도성 한양이다. 그 정동쪽에 세운 동대문은 극동의 관문으로, 14세기 말 이래 사람들의 출입과 물자의 흐름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과 물산과 길이 이곳에 모였다가 세상으로 흘러나갔다.
19세기 말엽 이래 수십 년간 동대문은 서울의 도심을 횡단하는 전차 종점이었다. 그 주변에는 남대문 시장과 더불어 서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동대문시장이 자리잡았다. 여기에 20세기 말에 지하철의 중요한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중심으로 거대한 패션상권 밀집지역이 형성되었다. 깊은 지하와 지표와 지상의 높은 빌딩들에 옷과 신발과 모자가 널리고 쌓여 세상 사람들을 부른다.
1925년 동대문 바로 옆에 이 나라 최초의 서양식 종합경기장인 동대문운동장이 준공되었다. 이후 80여 년 동안 선수들은 이 경기장을 누볐고 스탠드에서는 수만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서울의 동쪽 지역은 지난 수백 년에 걸쳐 이처럼 성문, 시장, 도로, 경기장, 지하철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대도시의 생태계가 살아 숨쉬어온 역동적인 플랫폼이었다.
2007년 수도 서울의 팽창과 더불어 종합경기장이 폐장되었고 2014년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즉 DDP다. 옛 한양 성곽의 고고학적 자취가 켜켜이 쌓인 자리에 등장한 이 신비스런 공간은 패션 상점들이 들어찬 주변 고층 건물군에 감싸여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거리로 변했다. 이라크 태생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창조정신이 여실히 발휘된 이 비정형 곡선과 곡면의 새로운 건축물은 동서양의 문화적 기호를 결합하면서 종래에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해 놓았다. 이 지역에 몰려드는 유동인구만 하루 100만 명 이상이다. 건축공간의 내부와 외부, 위와 아래가 물과 바람의 미로처럼 흐르는 이 거대한 고래뱃속에서는 24시간 연속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이 전개된다. 이 개방성, 소통, 참여, 만남은 과연 어떤 미래를 향하여 흐르는 것일까?

김화영 (金華榮)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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