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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다

제3회 <한국문화제>가 지난 10월 19일(일)부터 24일(금)까지 북경에서 펼쳐졌다. 2006년 북경 어언대학과 2007년 북경 외국어대학에 이어 올해는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과에서 전 행사를 주관했다. 이번 문화제는 세 번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관 대학이 준비한 다채로운 행사와 600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끝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약 50여 개의 한국어학과가 있으며, 그중 북경 지역에만 9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중앙민족대학을 필두로, 북경 대학, 대외경제무역대학, 북경 외국어대학, 북경 어언대학, 북경 제2외국어대학, 전매대학, 북경 연합대학, 북경 공업대학이 그곳이다. 이는 전 세계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에 해당하며, 교육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이런 학술적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북경을 아시아 한국어(학) 교육의 메카로 만들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올해로 3회째를 맞게 된 <한국문화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화제의 목적
<한국문화제>는 북경 지역의 9개 대학 한국어학과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한국어학과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각 대학별로 주요한 교육 및 학술 정보를 주고받고, 문화제의 이름으로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국어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는 중국은 물론 타 국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많은 행사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문화제의 특징
주관 대학인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과는 이번 문화제의 모토를 56년 학과 역사에 걸맞게 독특하면서도 알찬 내용을 가진, 그야말로 문화제전이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아카데미즘의 부활과 대학생 특유의 참신함’으로 삼았다.
이번 문화제의 내용은 크게 9개의 굵직한 행사와 두 가지 전시회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개막 첫날 오전에는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와 진준민 대외경제무역대학 총장이 참석한 개막식에 이어, ‘대사님과의 만남’, ‘2008북경 퀴즈열전’, ‘교수간담회’가 있었으며, 오후에는 체육대회인 ‘한마음체전’과 학생 장기자랑인 ‘동가동락(同歌同樂)’ 그리고 ‘한국어 변론대회’가, 저녁에는 개막 리셉션이 있었다. 둘째 날에는 대학원생들의 학술 포럼인 ‘한국학 관련 학위논문 쓰기의 실제’가 있었으며, 사흘에 걸쳐 ‘스포츠는 살아 있다’란 제목으로 한국 스포츠 영화 세 편을 상영했다. 또한 문화제 행사 기간에 영원루 1층 로비에서는 ‘한국의 고전시가’ 전시회와 ‘오늘의 한국’(주중 한국문화원 협찬) 사진전이 열려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서 두 해 동안 진행되었던 문화제에 비해 행사가 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특히 신정승 주중 대사님의 특별 강연과 ‘2008 북경 퀴즈열전’, ‘한국어 변론대회’는 문화제의 백미였다.



특강과 북경 퀴즈 열전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대사님과의 만남’은 신정승 대사가 ‘한중 미래 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한 뒤, 좌중의 학생들과 질의와 응답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신 대사는 1992년 한중 수교 준비 실무진으로 참여할 때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 동반자 관계로서 한국과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학생들은 원화의 환율 동향 등 진지한 질문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008 북경 퀴즈 열전’에서는 예선 두 경기를 통해 올라온 네 팀이 결선 경기를 치러 우승팀을 가렸다. 듣고 말하기 문제에서부터 한글 퍼즐, 음악 듣고 가사 적기, 스피드 퀴즈, 다섯 고개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이 우승한 가운데 끝났기는 했지만, 정확한 한국어 맞춤법이나 한국 시사 상식,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 등에 관해서는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배석한 교수들은 향후 한국어 학습의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시도된 한국어 변론대회
‘한국어 변론대회’는 중국 내 한국어과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회였다. 지금까지 한국어과의 문화 행사에는 ‘한국어 웅변대회’가 빠지지 않았다. 대표로 뽑힌 학생은 교수들이 써주거나 수정해준 원고를 외우고, 몇 가지 웅변의 기술을 익힌 뒤 대회에 출전해왔다. 주제 역시 딱딱한 내용의 의전용인 경우가 많아 관중석의 학생들에게나 심사평가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노출된 상태였다. 변론대회는 지난 12일(일) 예선전을 거쳐 상위 4개 대학을 선발했고, 이날은 준결승과 결승 세 경기가 열렸다. 각기 ‘아르바이트는 장점이 많다, 단점이 많다’, ‘살빼기는 장점이 많다, 단점이 많다’, ‘빵보다 사랑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라는 주제를 놓고 네 명의 변론자가 자기 팀의 입장을 발표하고, 상대방과 질의응답, 마무리 변론 발표를 하는 형식이었다. 대학 생활 속에 일상적으로 느끼는 여러 문제를 찬성과 반대 두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과정을 통해 그간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선보였다.
심사에 참여한 각 대학 교수들은 변론대회야말로 암기와 웅변술이 아니라 종합적인 한국어 능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향후 한국어교육의 총체적인 모델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한국어가 서툰 학부생들인 만큼 갖가지 에피소드 등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랑이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어요!”라든가, “저 지금까지 남자친구 없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등의 멘트와 급한 나머지 마음이 앞서 상대방에게 반말을 쏟아내는 부분에서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맥도날드에서 무엇을 배웁니까?”라는 공세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서비스 정신요”라고 외치는 순발력에서는 재치를 느낄 수 있었다. 북경 제2외국어대학 팀의 우승으로 마감된 이번 변론대회는 변론의 재미와 종합적인 한국어 구사 능력의 배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것은 한국어과 내의 행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으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제3회 <한국문화제>는 대학생 문화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신선함과 진지함, 세련된 행사 진행 등을 통해 확실한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융통성 있는 일정 조정 등 몇가지 문제점만 조정해나간다면 명실상부한 한중 미래 관계에 빛나는 시금석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