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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세계인 사로잡은 한국 예능 ‘피지컬: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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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사로잡은 한국 예능 ‘피지컬: 100’

김봉석(문화평론가)

지난 1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피지컬: 100’은 2월 둘째 주와 셋째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첫 1위 기록이다. 영화 ‘기생충’,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시작된 한국 영상 콘텐츠의 힘은 이제 예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피지컬: 100’은 크로스핏, 레슬링, 종합격투기, 씨름, 체조 선수 등과 보디빌더, 스턴트 배우, 산악구조원, 댄서 등 체력과 몸에 자신 있는 100명이 출전해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첫 화 오프닝에는 ‘인간의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쓴 고통의 역사이자 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약물을 쓰지 않는다면, 인간의 몸은 단련한 만큼 다듬어진다. 훈련을 하지 않고 그냥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피지컬: 100’은 체력과 근력, 순발력, 힘 등 다양한 몸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시합들로 구성해 최종적으로 남은 한 명에게 3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해외에도 ‘스트롱맨’, ‘비스트마스터’처럼 특정한 신체적 능력을 겨뤄 승자를 가르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피지컬: 100’은 대결 방식을 통해 승리한 참가자가 올라간다. 각각의 시합이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힘만 세거나, 순발력만 좋으면 계속 올라갈 수 없다. 마지막 남은 다섯 명은 끌기, 판 뒤집기, 왕복 달리기, 로프 당기기 시합을 하며 한 명씩 탈락했다. 먼저 어떤 시합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된 몸과 신체 능력을 가진 참가자가 우승하는 경기 방식이었다.

‘피지컬: 100’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단지 개인의 힘을 겨루는 방식을 넘어 팀을 만들어 경쟁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협업과 동지애를 강조했다는 점도 있다. 팀을 이뤄 ‘모래 나르기’를 하는 두 번째 시합에서 레슬러 장은실 팀은 여성이 세 명이고 남자들도 체구가 작아 불리했다. 하지만 효과적인 협업을 통해 승리할 수 있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하나의 팀이 되어 역전을 끌어낼 수 있었다. ‘피지컬: 100’은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몸을 이용한 다양한 경쟁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00명의 참가자는 사전 경기인 ‘오래 매달리기’로 순번을 정했다. 1위부터 일대일 시합을 할 상대를 고를 수 있었다. 대부분 자신이 승리하기 쉬운 상대를 골랐다. 체격이 작거나 힘이 약해 보이는 상대를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이 돋보였다. 복싱과 격투기 등 자신의 종목에서 이미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배를 지목해 겨루고 싶어 한 이도 있었다. 존경의 의미도 있고, 뛰어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훨씬 체구가 크고 근육질인 상대를 고르기도 했다. 순발력은 자신이 앞선다는 계산이었다. 씨름의 박민지는 체중도 많이 나가고 체구도 큰 남자 럭비 선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씨름 기술로 남자를 바닥에 눕혔다. 승리는 결국 남자 럭비 선수에게 돌아갔지만, 박민지의 도전 정신은 빛났다. 승부에서 지더라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피지컬: 100’은 MBC의 다큐멘터리팀 소속 장호기 PD가 만들었다. 시사 프로를 주로 하던 장호기 PD가 만든 ‘피지컬: 100’은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담백하고 일관성이 있다. 연예인 MC를 투입하거나 자막으로 부연 설명을 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는 없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보내는 응원 때로는 안타까움이 전부였다. 그것이 더욱 강렬하고 주효했다. 참가자들의 겨루기는 그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자신을 내던져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서 패배했다면, 기꺼이 승리한 상대를 인정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같은 길에 선,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두의 동지애다. 시청자 역시 온전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며 볼 수 있었고, 응원하는 참가자들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은 경쟁을 통해 한 사람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을 보여주지만, 참가자는 끝내 ‘인간성’을 택한다. 경쟁 만능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치열함을 보여주며 세계를 사로잡은 것이다. ‘피지컬: 100’도 같은 선에 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 다른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나름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함께 싸우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했다. ‘오징어 게임’과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탁월함을 보여줬다. 이런 콘텐츠를 더욱 많이 만들어낼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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