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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화 한복 명장 “한복도 한식이나 한옥처럼 생활 속에서 생명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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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화 한복 명장 “한복도 한식이나 한옥처럼 생활 속에서 생명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KF는 모든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외교 사업 ‘KF 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이슬란드에서 한국의 전래동화와 전통문화를 알리고 돌아온 ‘보부상’ 팀에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힘을 실어주는 장인 한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30년 넘게 한복을 만들어온 박춘화 명장입니다. 세계의상 페스티벌 최우수 디자이너상, 대한민국 한양예술대전 최우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고, 2016년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그가 어떤 연유로 ‘KF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한복을 매개로 세대와 세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4명의 대학생과 ‘보부상’이라는 팀을 이뤄 KF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를 수행하셨는데요.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달 전에 학생 몇 명이 저를 찾아왔어요. 세계에 한국의 전통문화, 전래동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KF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요. 대학 졸업을 앞둔 젊은 친구들이 취업 준비하기도 힘들 텐데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학생들은 멀리 북유럽의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가 한국의 전래동화를 전자책으로 만들고, 한복 등을 활용한 퍼포먼스로 동화의 내용을 현지인들에게 전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준비했던 모든 활동을 잘 마치고 건강히 돌아왔습니다. 저는 현지 활동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8벌의 한복과 여러 소품을 제작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줬습니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한 번 더 생긴다면, 그때는 꼭 팀원 학생들과 함께 타국 땅에서 제가 만든 한복으로 여러 가지 이벤트를 열고 싶어요. 현지에서 한복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전해 들으니 저 역시 뿌듯했고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의욕이 샘솟는 것 같습니다.



30년 이상 한복을 만들고, 가르치는 일을 해오셨고, 3년 전에는 ‘대한민국 한복 명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하셨습니다. 한복과의 첫 인연부터 최근에 하고 계신 활동까지 간략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한복 명장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어머니와 언니가 한복과 관련된 일을 하셨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한복을 접했고, 바느질에 소질이 좀 있었을 뿐이에요. 결혼 후, 한복 만드는 일을 다시 하게 됐는데, 뭔가 깊이 있게 배워서 한복을 제대로 한 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독학으로 공부를 하고, 혼자서 깨우치지 못하는 부분은 여러 한복 장인, 명인, 대가 선생님들을 찾아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이렇게 30년 넘게 한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여전히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복 제작 체험활동 및 패션쇼를 진행했고, 베트남 세종학당에서 한복 강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불교 복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조계종과 함께 승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복의 어떤 면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까요?

‘보부상’ 팀원들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한복을 입으니 마치 내가 공주나 왕자 같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였다고 해요. 물론 한복의 매력에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런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궁에서 입는 옷’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한복에 관심을 갖는 만큼, 한복 고유의 멋이 좀 더 잘 드러나는 옷들이 많이 공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의 옷들보다는 수수하고 단아하며, 절제된 곡선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한복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한복 인생’을 걸어오시면서 뿌듯한 순간이 참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언제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또 젊은 친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나눠줄 것이 있다는 게 순간 순간 감사하고 행복하지요. 특히 요즘은 어린 친구들에게 한복의 생명을 이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재능기부나 후진 양성 같은 활동이 더욱 뿌듯하고 흥미롭습니다.
   사실 언젠가부터 우리 삶 속에서 한복이 사라지고 잊혀지고 있잖아요. 물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복이 어떤 옷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식처럼 일상적으로, 한옥처럼 문화적으로 소비되는 느낌이 있지는 않죠. 저는 언젠가 한복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슬픕니다. 한복도 한식이나 한옥처럼 생활 속에서 생명력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서울시 광진구와 매해 성년의 날 전통성년례 혼례복 체험도 함께 하고 있고요. 한복은 아니지만 미국의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한 태극기 복원 제작 바느질에 참여한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복 명장으로서 오랫동안 많은 일들을 하시겠지만,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녔어요. 말그대로 한복이 일상복이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생활 역시 많은 것들이 달라지며 한복도 많은 변화를 맞았죠. 소매 하나만 하더라도 널찍하고 여유롭던 것이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한복이 달라지는 것들이 아쉬울 수는 있지만, 그 변화를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러한 변화가 좀 더 자연스럽고 발전적으로 진행되도록 후진들과 함께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복에 관심을 갖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강연도 하고, 체험 실습도 하면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제는 한복의 생명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하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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