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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버넌스의 동반자,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모색

한일 양국 간 의회, 경제, 언론, 학술, 사회, 문화계를 대표하는 여론 주도층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연례 상설 회의체인 한일포럼이 제18차를 맞이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회의는 5개의 세션별로 한・일 양측의 주제 발표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제1세션에서는 ‘한일 양국의 정치・사회 변화와 양국관계’에 관해 각각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 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국내외적 정책 운용의 과제에 대한 발표를 했고, 일본 측에서는 작년 8월 총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한 민주당 정권 집권 1년의 평가 및 지난 9월 재선된 칸나오토 총리의 국정 운영 과제 등에 대한 발표를 했다. 한일 양측 참가자들은 국내 정치의 지속적인 안정이 양국의 외교 및 교류 관계에 도움이 되며 국제관계 속에서 한일 협력에도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한일 공동 대응과 경제적 협력 논의
제2세션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와 한일 협력’을 테마로 진행한 회의에서는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 주변 및 동아시아의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발제와, 특히 북한에 대한 책임과 제재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태도에 대해 우려하는 지적이 나왔다. 급부상하는 중국의 존재가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도 큰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는 자리였다.
이번 한일 포럼 전체회의에서는 ‘중국 문제’에 한일 양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중국이 급상승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면에서까지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그 같은 존재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논의에 장애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제3세션 ‘유동화하는 세계 경제위기에의 공동 대응과 한일 글로벌 협력’ 회의에서는 2008년 리먼 쇼크로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가 미국의 더블딥 우려 및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다시 세계 경제를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지적되었다. 이 같은 세계 경제의 불안 속에서도 동아시아의 지역적 발전을 위해서는 한일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협력이 필요함이 강조되었다. 또한 올해 한국이 G20 국제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일본이 APEC의 의장국으로서 각각 중요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글로벌 외교에 있어서 한일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한일 공동 과제를 헤쳐나갈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구축
제4세션에서는 ‘지구적 과제에의 대응을 위한 한일 협력’ 방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펼쳐졌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며 다극 체제로 전환되어가고 있는 국제적 환경을 지켜보면서 이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경쟁 시대에 한일 간의 협력을 통해 양국이 지구적 과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어젠더가 제기되었다.
제5세션에서 포럼 참석자들은 양국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나가면서 급변하는 국제 전략 환경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성이 있음을 제기했다. 또한 중국의 급부상과 북한 핵문제 및 후계자 세습의 불안정성 등이 한일 공동의 과제가 됨을 지적했다. 한 일본 측 발제자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에 대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쌍둥이 국가’의 출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전체 토론에서는 올해가 일본에 의한 한국 강제 병합 100년째가 되는 해임을 인식하여 과거 100년을 되돌아보고 과거 발생한 침략과 억압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같이하였다. 또한 앞으로 100년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설계와 전개를 위해서 한일 양국의 각계 지도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발전적 한일 관계를 위한 의장공동성명 채택
이번 제18차 한일 포럼 전체회의는 이틀에 걸친 발표와 토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의 구축을 위한 제언을 담은 ‘의장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이 공동성명에서는 지난 8월 일본의 칸나오토 수상이 발표한 한일 과거 100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담화가 ‘진일보’한 과거사 반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하고,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문화재 반환 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사할린 잔류 한국인 1세 영주 귀국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정리 문제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양국 정상이 연내에라도 만나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문제의 해결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이 공동성명은 한일 양국 정부에 각각 전달하기로 했다.
이외에, 전체회의를 주최한 일본 측은 한일 양측 참석자들과 일본 정부 관계자 및 민주당 요인들과 대화의 장도 마련했다. 4일 오후에는 아셈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 중인 칸나오토 수상을 대신하여 센고쿠 관방장관을 총리관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외무대신 공관에 참석자들을 초청해 대화와 환영 만찬의 기회를 마련했다. 5일 오전 세션 후에는 한일 포럼 정규 멤버인 오카다 카츠야 집권 민주당 간사장이 회의장에 와서 30여 분간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에 응하면서 민주당 정권의 국정 운영 및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체회의가 열린 오쿠라 호텔 정원에는 과거 일제가 한국 경기도 이천에서 옮겨간 ‘이천 5층석탑’이 세워졌고, 또한 과거 한반도에서 반출해간 문화재를 비롯한 고미술품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어서 한국측 참석자들은 우리 문화재의 반출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