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닮은꼴 음식:
삭을수록 제 맛! 다양한 발효 음식
입맛이 없을 때는 다진 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고춧가루 등을 넣어 무친 젓갈만으로도 훌륭한 밥 반찬이 됩니다.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다양한 어패류를 염장법으로 담가 만드는 젓갈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식재료이자 소스이지만, 한국의 젓갈이 무려 100개 이상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중부 지방에서는 새우젓과 조개젓을 즐겨 먹고, 남쪽으로 갈수록 멸치젓이나 대구아가미젓 등 진하고 매운 젓갈을 먹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담근 김치에 들어간 젓갈만으로 김치를 만든 사람의 출신 지역을 알아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네요.
그런데 이런 발효 음식을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전통식품 낫토(Natto)는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뜨거운 밥 위에 낫토를 얹고 거기에 계란을 풀어 날것으로 비벼 먹는데 이것이 누군가에는 참을 수 없는 퀴퀴한 냄새로, 또 다른 이에게는 건강한 냄새로 다가올 겁니다. 최근에는 김치를 잘게 썰어 낫토와 함께 섞어 먹는 방식도 인기라고 하니 그 맛이 사뭇 궁금해지는군요.
독일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식당에서 한국의 김치와 닮은 음식을 본 적이 있을 텐데요.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는 말 그대로 ‘신 양배추’라는 뜻으로 발효시킨 양배추 절임입니다. 주로 소시지나 베이컨을 함께 곁들여 먹는데 양배추를 잘게 채 썰어야 하는 어려움만 잘 극복하면 김치보다는 훨씬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빼놓을 수 없는 발효식품이 하나 있습니다. 콩을 발효해 만든 음식을 통칭하여 템페(Tempeh)라고 하는데 시리얼바나 단단한 두부 같은 생김새입니다. 요즘엔 주로 채식주의자들이 고단백 보충 음식으로 먹습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침 인사말로 쓰일 만큼 중요한 인제라(Injera)가 대표적입니다. 큰 부침개처럼 생긴 얇고 폭신폭신한 빵으로 거의 매 끼니 먹는데 여기에 주로 매콤한 고기를 얹어 먹습니다. 조리에 사흘 이상 걸리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조상들의 지혜가 빛나는 발효 음식이 달라진 세대에 맞게 변신,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맛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건강만큼은 확실히 책임지는 보약 같은 발효음식들, 좀 더 자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