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라이프스타일 단톡방과 이모티콘의 시대

수십 명이 보는 대화창으로 소식과 생각과 마음을 주고 받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의 대화방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이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을 줄여 부르는 ‘단톡방’도 이제 보통명사가 되었다.

“얘들아. 나 오늘 우울하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평소 조용했던 ‘단톡방’이 갑자기 활기를 띤다.
“진짜?”
“왜?”
“네가 잘못한 거 아니냐? 얼른 가서 빌어.”
대화방에 친구들 반응이 올라올 때마다 스마트폰이 연달아 신호음을 낸다. 나의 상황을 둘러싸고 여섯 친구들의 진단과 충고가 만발한다.

국민 필수 대화방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단톡방 하나쯤에는 속해 있다고 보아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구성원이 친구냐 직장동료냐 아니면 가족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직장생활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다 보니 얼굴을 통 못 보고 지내요. 가끔 주말이면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지만 그럴 때 나오는 이야기는 거의 뻔하죠. 좀더 자연스럽게 제대로 소통하고 싶어서 가족 단톡방을 만들었어요.”
취재를 위해 만났던 30대 여성 A씨의 이야기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세 해 됐다는 A씨는 빠르고, 쉽고, 가볍게 대화할 수 있는 점을 단톡방의 장점으로 들면서 “전화로는 쑥스러워서 못하는 ‘보고 싶다’ ‘사랑한다’ 같은 말도 단톡방에서는 스스럼없이 하게 돼요. 거의 매일 소식을 주고받으니 떨어져 살아도 항상 같이 있는 것 같지요”라고 만족해 했다.
단톡방은 한집에 사는 식구들 사이의 심리적 거리도 좁혀주고 있다. 사회 생활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면서도 정작 가족에게는 건네지 못하고 살던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단톡방에서는 다양한 표정의 이모티콘으로 쉽사리 전하게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24시간 중 단 48분에 불과했다. OECD 가입국 평균 (151분)의 3분의 1 수준이며, 가장 짧다. 이러한 실정에 단톡방이 부모와 자녀 사이 긴요한 대화창구로 기능하게 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올 6월, 여성가족부가 5대 광역시 부모 1,000명과 초등학생(4~6학년) 자녀 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이가 바라는, 부모가 말하는 좋은 부모’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은 ‘대화가 통하는 부모’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단톡방을 통해 아이들 일상사의 자잘한 사연을 챙기는 것은 대화가 통하는 부모가 되는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단톡방 스트레스
직장으로 무대를 옮긴다면 어떨까?
서울의 한 기업체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는 B씨는 퇴근 후에도 단톡방에 뜨는 직장 상사 메시지에 시달렸다. 거래처 관계자와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는 B씨에게 일은 잘 처리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다음 미팅은 언제로 잡았는지 질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회사에서 나왔는데 단톡방을 보면 여전히 일터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읽고도 답을 쓰지 않으면 상사의 말을 무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장인 사이에서 단톡방은 ‘감옥’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대화방에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행동이 오프라인에서의 따돌림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회사생활 관련 깨알 정보를 접할 다른 특별한 경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B씨는 얼마 전 단톡방 알림을 끄는 차선책을 택했다. 효과는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굳이 곧바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메시지가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두 시간에 한 번씩만 확인하는 걸로도 큰 문제가 없더라구요. 알람을 끈 뒤로 업무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능률이 올랐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에요.”
기업체 부장 C씨는 최근 퇴근 후 단톡방을 통한 상사의 지시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높여 오히려 업무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퇴근 후 직원들과의 단톡방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니 자신이 가볍게 쓴 한 마디가 부하 직원에게는 업무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질 상황이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단한 결정도 아니다. 현명한 상사라면 직원들의 퇴근 후 여유를 보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기호의 마법, 이모티콘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유사기호를 뜻하는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문자 대화에서 자신의 기분을 나타낼 때 쓰는 도구인데, 단순한 기호의 조합에서 급속히 진화하여 이제는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필수 도구가 되었다.
내가 가장 처음 접했던 이모티콘은 곡절부호 두 개로 웃을 때의 눈 모양을 묘사한 ^^다. 1999년의 어느 날 PC 채팅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상대방이 이 이모티콘을 붙인 인사말을 내게 건넸다. 그 의미를 몰라 “이게 뭔가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휴대전화로 공간을 옮기면서 이모티콘은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동 중에 잘 안 풀리는 대화를 마무리하며 “나 기분 나쁜 거 아니야”라고 치는 것보다 “^^”를 날리는 게 훨씬 간편하고도 산뜻한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하거나, 한글 모음을 사용해서 우는 표정을 묘사하는 방법만 해도 ‘ㅠㅠ’ ‘ㅜㅜ’ ‘ㅠㅡ’ 등 여러 개라는 걸 알아가면서, 사람들은 이모티콘의 세계에 새롭게 눈 뜨게 되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모티콘은 다양한 표정 기호, 나아가 상황을 함축한 한 컷 만화로 진화하여 사용자의 감정을 더 직관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생생한 표현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이모티콘의 인기는 각종 캐릭터 물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모티콘은 다양한 표정 기호, 나아가 상황을 함축한 한 컷 만화로 진화하여 사용자의 감정을 더 직관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생생한 표현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이모티콘의 인기는 각종 캐릭터 물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의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매장. 카카오톡의 캐릭터 물품을 파는 곳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라이언(Ryan)을 비롯해 카카오톡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관련 물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 지어 서있다. 입구에 지키고 선 매장 직원들은 내부 혼잡을 막기 위해 일정 인원씩 끊어서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 매장은 지난 7월 2일 개장 첫날에만 3,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개점 한 달 만에 방문객 45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라인프렌즈도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11개 나라에서 22개 캐릭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회사에 지난 몇 년간 이모티콘 매출액을 질문했더니 정확한 액수는 밝히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대신 지난해 11월, 이모티콘 4주년을 기념해 카카오톡이 내놓은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80만명 규모였던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는 2013년 500만 명, 2014년 72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티콘 발신 건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2012 년 월평균 4억 건에 불과했던 이모티콘 발신 수는 2013년 12억 건, 2014 년 18억 건으로 치솟더니 지난해에는 20억 건을 넘어섰다. 작년을 기준으로 매일 약 6,700만 건을 기록한 셈이다(카카오톡의 이모티콘 발신 건수 통계는 사용자 문자메시지 전송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이모티콘 코드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늘도 수많은 단톡방에서는 신종 이모티콘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판매가격이 단돈 몇천 원이다 보니 새로운 것이 눈에 띌 때마다 구매 유혹을 느끼게 되고, 미성년 자녀들의 이런 충동 구매는 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알뜰 구매 요령도 없진 않다. 전에 한 친구가 내게 끊임없이 채팅 앱의 이벤트 참여를 독촉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 얻은 포인트를 자기에게 기부해달라, 여러 번에 걸쳐 기부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동안 이벤트에서 얻은 포인트를 계속 친구에게 보내줬더니, 친구는 그 포인트를 모아서 신종 이모티콘을 구매했다.

물론 신종 이모티콘에 누구나 관심을 쏟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모티콘을 구매한 적이 없다.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아이템만으로도 의사소통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들만 사용하는데도 가끔 대화에 불성실해진다는 느낌이다. 일일이 문자를 치기 귀찮을 때 이모티콘 하나면 뚝딱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끌려들어간 어느 친구들 단톡방에서 수시로 이모티콘만 날리던 시절 “동환이가 우리랑 말하기 싫은가 보다”라는 한 친구의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 뒤늦은 답글을 적어본다; 네 말이 맞아. 난 너희랑 별로 안 친하잖아?

김동환 (Kim Dong-hwan, 金東桓) 세계일보 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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