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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실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자서전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어느 탈북민의 이야기

이현서, 304쪽, 12.99파운드, 런던: 윌리엄 콜린스 출판, 2015년

이 감동적인 회고록은, 작가를 가리키는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가 어떻게 북한에서 자랐고, 중국으로 도망갔다가 마침내 남한으로 와서 살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독자들이 예상할 법한 고생담이나 넋두리가 아니다. 놀랍게도 이야기는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의 평온했던 시절을 목가적으로 그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 이현서의 가족은 평양의 엘리트는 아니었지만 좋은 성분(정권에 대한 가족의 기여도에 따라 정해지는 북한에서의 사회적 신분) 출신이고 생활이 꽤 풍족했기 때문에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은 대체로 행복하다. “우리는 <우리는 행복하여라>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때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라며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우리는 사랑 받는다고 느꼈고, 확신이 있었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배운 것 사이의 괴리를 보기 시작한다. 1990년대에 들어 풍족한 시절이 끝나고 가난과 기근의 힘든 시간이 시작되면서 정권은 주민을 계속 통제하기 위해 피해망상적인 (그리고 결국은 효과적인) 시도를 통해 주민들로 하여금 서로 대적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던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었다.”라면서 “인정머리 없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라고 작가는 회고한다.
그녀가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은 정작 북한을 떠난 다음이었다. 그 때에도 그녀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그녀는 이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이상하게 보이는지 이해한다. “북한 정권이 매우 나쁠 뿐만 아니라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북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에서 자라나고 그 이외에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작가의 설명을 보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물론 그 하나는 세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만 듣고 자란다면 그 거짓말은 진실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한 나라 전체가 거짓말의 토대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상호확증파괴라는 북한 정권 특유의 전략 때문이다. “사실 잔인한 지도자와 억압받는 주민 사이에 경계선이 없다. 김 씨 정권은 죄가 없는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잔혹한 체제에 공모하게, 최고위층부터 최하위층까지 모두가 연루되게, 그리고 도덕적 가치를 흐리게 하는 방법으로 지배한다.”
작가는 이러한 일들이 북한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다. 책의 이야기가 다소 극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목표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난의 근본 원인을 알기에 느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통해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나라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의 북한에서의 삶에 대한 분량은 책 전체의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 그 삶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7개의 이름으로 살아왔다는 데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분열된 정체성 가운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어디를 가든지 북한은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서 나아가 독자들이 북한을 현실의 공간으로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고, 서양인들에게 이해하기 힘들지라도 그들만의 논리와 인식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마도 이러한 이해에 이르는 것이 70년 가까이 분단되어온 한반도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세대별 여성작가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세상

“미래의 침묵: 한국 여성작가 단편집” - 브루스 풀톤, 주찬 풀톤 편집 및 번역

193쪽. 16달러,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제퍼 프레스

여성 작가 아홉 명의 작품을 담은 이 얇은 소설집은 50년이란 시간을 횡단하며 여성들이 쓴 소설의 표본을 보여준다. 많은 한국 문학 작품을 오랫동안 함께 번역해 온 브루스와 주찬 풀톤 부부는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서구 독자에게 한국의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에 작품을 출간하기 시작한 오정희, 서영은, 박완서, 김지원 같은 작가는 명백하게 전통적인 여성 관점에서 쓰고 있다. 오정희의 <순례자의 노래>와 서영은의 <먼 그대>의 여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그 시기의 전형적인 여성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고통을 견디며 자신의 욕구를 사랑하는 이의 욕구에 종속시키는.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도 침묵 속에 억압된 욕망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단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발현될 뿐이다. 김지원의 단편 <알마덴>의 무대는 작가가 1970년대에 이민을 간 뉴욕이다. 이민자인 소설 속 여주인공은 무뚝뚝한 남편과 주류 소매점을 운영한다. 그녀는 젊은 단골손님과의 관계를 꿈꾸지만 곧 상상은 현실에 부딪혀 조각난다.
<닮은 방들>에서 박완서는 1970년대 당시 현대적인 삶의 결정판으로 간주된,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심기를 간명하게 포착한다. 전업 주부들의 삶은 그들이 들어앉아 살고 있는 아파트처럼 단조롭다. 지루함이 지배하는 삶 속에서 이들은 옆집 여자의 삶에 지나친 호기심을 보인다. <알마덴>의 여자와 달리 <닮은 방들>의 여주인공은 실제로 행동을 취하는데 이로 인해 상상의 나래 속에 펼쳐진 완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이 현실이 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여성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내면의 혼란이나 여성들의 고뇌와 억압된 욕망을 분출했다면 다음 세대의 여성 작가들은 아주 다른 접근 방식으로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 대응한다.
공선옥의 <우리 생애의 꽃>에서 여주인공은 어린 자식과 살고 있는 과부이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이 내보이는데, 그녀 스스로 이것을 ‘반란’이라고 표현한다.

과부였던 자신의 어머니가 어린 자신을 내팽개쳐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했던 것처럼 이제 그녀도 자 신의 딸을 기꺼이 같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모성 본능의 존재를 의심하면서 공선옥은 모성의 신성함을 부추기는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사과의 단편은 내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젊은 남자가 벌이는 무의미한 살인 행각을 여성작가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게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어로 김애플이라 불리기 원하는 작가는 2005년에 데뷔했고 ‘폭력’은 그녀 작품의 한 특징이 되었다.
브루스와 주찬 플톤 부부가 선정한 단편들은 여성 작가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세대의 문체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을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작가 이름의 영문 표기는 이 번역본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유의하기 바란다.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다각적 연구 아카이브

http://www.realdmz.org/

한반도의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는 종종 냉전시대의 마지막 남은 흔적이라 일컬어진다. 한국인들에게 무장된 적대행위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이곳은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방문지 중 하나다.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무장이 많이 된 곳에 속한다는 사실은 뼈아픈 아이러니다.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와 이 지대를 생태관광지로 바꾸는 가능성에 대해서 지난 몇 년 간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 관계로 봐서는 그런 계획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실행될 수 없을 것 같다.

2011년에 아트선재센터의 전시 사무소는 한반도를 가르는 이 무인지대를 다학제적 관점에서 연구할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리얼DMZ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비무장지대에서 수행된 연구에 기반을 둔 현대 예술 프로젝트이다. 2012년 비무장지대 가까운 경계지역인 강원도 철원군에서 행해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이 프로젝트는 매년 비무장지대 인근지역과 서울의 아트선재센터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수행된 결과물은 realdmz.org 사이트에 잘 보관되어 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지난 4년 동안 장르 측면에서 크게 확장된 다양한 예술 전시회를 돌아볼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와 연계된 강연과 포럼 관련 기록물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리얼DMZ프로젝트’는 비무장지대를 다차원적 연구 주제로 삼고 탐구한 열정적인 예술가와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잘 조직화된 아카이브는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나수호 (Charles La Shure)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후란 (Kim Hoo-ran, 金厚蘭) 코리아헤럴드 라이프스타일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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