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DMZ: 철책선을 통해 엿본 금지된 땅 기획 특집 3 보존과 파괴 — 고요함에 감추어진 DMZ의 생태

DMZ는 한반도의 중요한 생태축 중 하나이다. 군사 활동으로 인한 지속적인 산림 훼손에도 불구하고, 정전 이후 60여 년 동안 도로 개설이나 도시화와 같은 문명의 적극적 간섭이 전혀 없어, 서부에는 습지가 발달했고 동부는 원시 온대림을 품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태풍전망대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을 향해 DMZ 안을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DMZ내부 출입은 남북한의 극소수 경계작전 군인에게만 허용된다. 정전 이후 민간인의 출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2000년대 초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 속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등 DMZ를 관통하여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정부-민간 합동 생태조사라는 공적인 사유로 이 금단의 땅에 세 차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조사는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다.
2006년에는 산림처가 주관하고 국방부가 지원한 비무장지대 일원 산림 환경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이때 서부전선의 시작 지점인 경기도 파주 임진강 하구에서 동부전선이 끝나는 강원도 고성까지 남방한계선의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군인의 이동로를 전구간 걸어서 통과하며 DMZ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아침에 민통선을 통과해서 DMZ로 진입하여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에서 하루에 정해진 구간만큼 걷는 식으로 두 달 동안 이어진 고단한 작업이었다. 그곳에는 온대림의 다양한 생태계가 모자이크처럼 펼쳐져 있었다. 작은 물웅덩이에서 극상림으로 다가서는 산림까지가 고루 존재하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였다.

생물다양성을 품은 습지
DMZ의 서부에서 가장 역동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습지다. 비무장지대 일원의 모든 물줄기 주변이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습지로 변한 상태이다. 하천, 작은 하천, 계곡, 저수지, 물덤벙, 물웅덩이 등 다양한 수변 공간이 펼쳐진 가운데 군데군데 오래 전 논두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DMZ 안 화천군 북한강 상류에서 천연기념물 황쏘가리가 노닐고 있다.

중서부 내륙의 너른 지역은 전쟁 이전에는 농촌이었다. 농지는 물줄기를 끼고 있다. 전쟁으로 농업이 중단된 논들은 긴 세월에 걸쳐 물줄기와 함께 자연천이를 계속하여 마침내 텃새와 어류, 양서류, 파충류와 수많은 곤충이 서식하는 습지 생물다양성의 낙원이 된 것이다. 철책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다양한 양상의 습지들이야말로 중단된 농경문화의 터전에 자연이 벌이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경탄하게 된다. 이러한 습지들로 겨울이면 두루미, 재두루미를 비롯한 각종 철새가 몰려든다.
이 습지에 서식하는, 국제적인 보호종 동물이 고라니다. 사슴과의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작고 여린 몸매를 가진 고라니는 습지의 물가나 물길,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노니는 모습이 양순해 보이지만 도약할 때는 고양이과의 맹수 부럽지 않게 힘차게 튀어 오른다.
대부분 북쪽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는 DMZ의 하천과 계곡은 근대화와 산업화 이전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물이 아주 맑았다. 일체의 개발 행위는 물론 낚시나 어업 행위도 불가능하니 다양한 민물고기가 노닌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하천들에는 멸종위기 동물 수달이 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다. 수달의 먹이는 지천인 어류다.

철책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다양한 양상의 습지들이야말로 중단된 농경문화의 터전에 자연이 벌이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경탄하게 된다. 이러한 습지들로 겨울이면 두루미, 재두루미를 비롯한 각종 철새가 몰려든다.

중부전선 DMZ에 서식하고 있는 고라니 가족이 철책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동부 산림지역
동부전선은 온통 산림지역이다. 계곡이 깊고 산비탈은 가파르다. 웬만한 산불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물들에게는 안정적인 터전이다. 병사들은 철책 근무 중 멸종위기종인 산양이나 사향노루와 종종 마주친다고 했다. 사향노루는 한반도에서도 DMZ 이외 지역에서는 70년대 이후 보이지 않다가, 지난 2014년에야 다시 확인되었고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리스트인 ‘레드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밖에 수달, 담비, 고라니, 하늘다람쥐, 삵, 반달가슴곰 등의 포유동물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신기하게도 DMZ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야생동물을 잡으면 부대에 사고가 난다고 여겨 삼가는 군대의 독특한 정서 때문이라고 했다.
장엄한 능선과 연이어진 봉우리들이 동서로 펼쳐지는 이 천연림 지대에는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박달나무, 산벚나무, 고로쇠나무, 음나무, 가래나무, 귀종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울창하다. 솔나리, 금강초롱을 비롯한 30여종의 한국특산식물들도 자라고 있다.
DMZ의 자연과 생태계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생태조사는 전체면적의 10%가량 이루어진 정도이고 그마저도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더구나 수많은 지뢰로 인해 접근조차 불가능한 지역이 허다하다. 남북 간 평화의 토대가 마련되어 본격적인 생태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신비의 전모가 드러날 날을 기대한다.

추수가 끝난 철원평야의 낱알을 찾아 날아드는 철새들에게는 경계가 없다.

버려진 녹슨 철모 조각 위로 얼레지가 꽃을 피워 올렸다.

DMZ 생태 개요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DMZ 및 인접 지역의 산림생태계를 크게 서부 해안지역, 중서부 내륙지역, 중동부 산악지역, 동부 해안지역의 4개 영역으로 구분한다.
서부 해안지역은 한강 및 임진강 하구를 비롯하여 대규모 습지가 많고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다. 100m 내외의 구릉이 나타나고 비옥한 평야가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저어새, 재두루미, 개리 등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이다.
중서부 내륙지역은 한탄강 유역의 화산지대인 철원평야와 연천군을 포함한다. 임진강과 한탄강 등이 자유롭게 굽이치는 가운데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겨울을 난다.
중동부 산악지역은 백두대간부터 한북정맥까지의 북한강 유역으로,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과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연기념물인 산양과 사향노루가 서식한다.
동부 해안지역은 백두대간 동쪽 지역으로, 향로봉에서 건봉산에 이르는 구역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재철 (Seo Jae-chul, 徐載哲)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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