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식재료 이야기 쌀의 다양한 변신

9월은 햅쌀이 나오기 시작하는 달로, 1년 중 가장 밥맛이 좋을 때다. 좋은 쌀로 갓 지은 밥 한 그릇은 한식 밥상의 주인공이다.

알이 둥글고 밥을 지었을 때 점성이 강한 자포니카 품종의 벼를 찧어서 얻는 쌀이 한국인의 주식이다.

긴 해외 여행 중에는 누구나 집에서 늘 익숙하게 먹던 음식이 그리워진다. 그럴 때 내가 떠올리는 음식은 아주 단순 소박하다. 잘 익은 배추김치, 된장국, 그리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 한 그릇. 여행지에서도 때때로 쌀 요리를 먹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쌀과의 색다른 만남일 뿐이다. 자포니카와 인디카 쌀의 품종은 크게 자포니카(japonica)와 인디카(indica rice)로 나뉜다. 한국, 일본, 중국의 일부에서 자포니카를 먹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대개 인디카를 먹는다. 두 종류의 차이는 쌀의 전분 구성에 있다. 쌀의 전분에는 아밀로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 있는데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을수록 찰기가 많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인디카 품종은 벼의 키가 크고 쌀알이 길고 잘 부스러지며 밥을 지었을 때 점성이 약하다.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은 자포니카 품종은 벼의 키가 작고 쌀알은 둥글고 굵고 단단하며 밥을 지었을 때 점성이 강하다. 세계화된 쌀 요리로 말하자면 이탈리아의 리조토. 중동의 필라프, 동남아의 볶음밥에 쓰는 게 인디카 종이고, 한국의 비빔밥이나 일본의 스시에 쓰는 게 자포니카 종이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쌀을 주식으로 삼아 왔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몇몇 출토 유적에서 발견된 야생 볍씨들로 미루어 1만5천 년 전인 구석기 시대부터 벼를 채집하고 쌀을 먹어 왔을 거라고 짐작한다.

쌀의 품종은 크게 자포니카(japonica)와 인디카(indica rice)로 나뉜다. 이탈리아의 리조토. 중동의 필라프, 동남아의 볶음밥에 쓰는 게 인디카 종이고, 한국의 비빔밥이나 일본의 스시에 쓰는 게 자포니카 종이다.

요즈음은 흰 쌀밥보다 붉은 팥을 섞어 지은 팥밥이나 벼의 속껍질까지 완전히 벗겨낸 백미에 겉껍질만 벗겨낸 갈색의 현미를 섞어 지은 현미밥 등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밥이 주인공인 한식 밥상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밥이 주인공, 반찬이 조연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한 방편을 찾다 보니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과 김치, 장아찌 등 발효음식이 발전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주인공과 조연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최상의 밥상이 차려진다. 갓 지은 밥에 생선이나 고기 요리 한 가지, 그리고 국이나 찌개, 여기에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와 젓갈, 밑반찬 몇 가지, 그리고 구운 김이 더해지면 풍성한 한끼 식사가 된다. 한식당의 메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반’이라는 메뉴는 바로 이런 구성의 밥을 의미한다.
한식당에서 무엇을 주문해서 먹어야 할지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이 기회에 덧붙이자면, 백반을 시도해보기 권한다. 물론 불고기나 김치찌개 같은, 이미 먹어보려고 별렀던 일품요리가 있다면 그것을 주문해도 된다. 이 경우, 백반에 제공되는 대부분의 기본 반찬들이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길거리 혹은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그것도 꽤 괜찮은 한국의 밥맛을 볼 수도 있다. 바로 즉석 밥이다. 밥을 지어 멸균 포장한 것으로, 편의점의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가열하면 방금 지은 것처럼 제법 향이 좋다. 최근에는 덮밥용 소스가 포함된 상품도 다양하게 나와서 밥에 부어 먹으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조리를 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이런 즉석 밥은 여행자에게 꽤 요긴한 존재로 자리잡았으며 가정의 간편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해외 수출량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쌀로 만드는 별식, 간식 예전에 어머니들은 식구 중 누군가 감기몸살이라도 앓으면 서둘러 쌀 한두 컵을 물에 담갔다. 밥이나 반찬을 소화하기 힘들어진 환자를 위해 죽을 쑤려는 것이다. 해물이나 고기와 야채를 잘게 다져, 불린 쌀과 함께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은 다음, 쌀알이 보기 좋게 퍼지며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질 때까지 불 앞에 오래도록 지켜 서서 물을 조금씩 붓고 천천히 저어주면 죽이 완성된다. 전형적인 슬로우푸드이다. 소화 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다른 재료는 전혀 넣지 않고 불린 쌀만으로 죽을 끓여 먹이기도 한다. 이를 ‘흰죽’이라고 부른다.
아플 때나 먹던 죽은 이제 현대인의 간편한 건강식이자 별미로 떠올랐다. 한끼에 섭취하는 열량은 낮으나 포만감을 주고, 여러 재료를 골고루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은 잣죽, 전복죽, 김치죽, 대추죽, 참치죽 등 넣는 재료에 따라 한 그릇의 영양식이자 별미로 무한 변신한다. 죽 전문 식당과 간편죽 제조사들은 오늘도 새로운 종류의 죽을 고안하려고 궁리중일 것이다.
쌀로 만드는 전통 한과도 예전에는 잔치나 제사 음식이었지만 현대에 와서 커피나 차에 곁들이는 핑거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강정이 대표적이다. 입에 넣으면 바삭하게 부서지는 강정은 만드는 과정이 꽤 복잡하다. 삭힌 찹쌀을 빻아 가루를 낸 다음 물로 반죽해 가운뎃손가락 정도 길이와 너비로 얇게 빚은 다음 말린다. 말린 것을 기름에 튀기면 얇았던 반죽이 켜켜이 부풀어 오른다. 양과에 비유하자면 페이스트리 같은 형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쌀밥을 삭혀 만든 인공 꿀인 조청을 묻히고 곡류를 튀긴 튀밥에 굴리면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강정이 완성된다. 쌀이 과자로 완성되기까지 짧아도 보름이 걸린다. 요즘은 한과의 발효 기술을 양과와 접목시켜 겉은 달콤하고 말랑하지만 속은 바삭한 독특한 퓨전 과자도 개발되고 있다.

쌀을 발효해서 만드는 전통한과의 한 종류인 강정은 예전에는 잔치나 제사 음식이었지만 요즘에는 핑거푸드로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떡도 쌀로 만드는 중요한 전통 한식으로 가짓수와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떡은 축복, 기원을 담는 특별한 의례 음식으로 생일, 혼례 같은 경사, 그리고 장례, 제사 등에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에도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 되면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백설기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고, 회사나 가게가 개업을 하면 행운을 비는 뜻에서 붉은 팥고물을 올린 시루떡을 주변에 돌린다. 매년 추석이면 갓 거둔 햅쌀로 빚은 송편으로 조상의 산소를 찾아 차례를 올리는 풍습도 쌀을 주식으로 살아 온 한국인의 오래 된 풍습이다.

한국인들은 오랜 풍습에 따라 요즘에도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 되면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흰쌀로 백설기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다.

김진영 (Kim Jin-young, 金臻榮) ’여행자의 식탁(Traveler’s Kitche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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